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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 너의 안녕부터 묻는다

by 오늘@내일 2023. 12. 20.

섬 / 권순학

 

 

안개 자욱한 바다지만

섬과 섬 사이엔 길이 있다

 

북서풍에 휜 섬의 옆구리

웅크린 지붕 위에 세모를 그리고

네모와 동그라미로 장식한다

 

맨발로 꽃길만 걸으려다 문득, 사과를 깎는다

사과면 다 같은 줄 알았는데

갈면 더 그런 줄 알았는데

흠 있고 못난 것이

더 큰 소리로 더 많은 즙 흘리는 것이

훨씬 더 맛있다는 것

먼저 입 댄 파도 아닌

밤새 외눈으로 말하는 섬

 

 

<2023.12.21 대구신문, 좋은 시를 찾아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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