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 권순학
안개 자욱한 바다지만
섬과 섬 사이엔 길이 있다
북서풍에 휜 섬의 옆구리
웅크린 지붕 위에 세모를 그리고
네모와 동그라미로 장식한다
맨발로 꽃길만 걸으려다 문득, 사과를 깎는다
사과면 다 같은 줄 알았는데
갈면 더 그런 줄 알았는데
흠 있고 못난 것이
더 큰 소리로 더 많은 즙 흘리는 것이
훨씬 더 맛있다는 것
먼저 입 댄 파도 아닌
밤새 외눈으로 말하는 섬
<2023.12.21 대구신문, 좋은 시를 찾아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