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1 붉은 계절 붉은 계절 / 권순학 무언가 잘 모를 때면 본능처럼 먼 것을 불러오곤 한다 신앙처럼 검은 것을 찾아다닌다 다른 행성에서 왔나 아프리카에서 온 걸까 거실에 저 먼 인도인 양 붉은 비가 내린다 함박눈 자리에 검은 부스러기가 내린다 이 계절은 블록 장난감처럼 견고하지만 어느 해보다 더 물렁거리고 단내가 난다 아내는 이 계절을 닮았다 서풍이 몰고 온 뿌연 순간들 무사히 건넌 징검다리 돌 개수를 헤아려본다 붉은 벨소리 닿은 세포마다 하얗게 변하고 있다 먼지 가득한 싱글 침대엔 걱정 말라는 노래가 입에서 입으로 울려 퍼지고 시동 꺼진 자동차 의자마다 노란 라면이 끓어오른다 무지개는 책꽂이에 피어 있지만 말은 말을 몰다 붉은 잠을 부른다 무언가 잘 모를 때면 먼 것을 불러오곤 하는 것처럼 검은 것을 찾아 붙이는 것처.. 2023. 7.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