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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 너의 안녕부터 묻는다

혼자이기에

by 오늘@내일 2023. 7. 4.

혼자이기에 / 권순학

 

 

책장을 넘기며

외발 바퀴를 타고 신호등 너머로 질주했을

누군가의 흔적을 넘긴다

문장과 문장 넘겨

콘센트에 박힌 피로를 뽑으며

넘기지 못한 오늘을 닫는다

 

흑백의 순간들

 

어제는 어제를 잊고 오늘은 오늘 잊는 사람들

 

저녁이면 고단한 하루를 불러

머리 등 팔 다리 부위별로 노동의 무게를 잰다

 

석양 때문인가 어둠 때문일까

노동이 보이지 않는다

저울 눈금이 얇다

 

흩날리는 거리,

검붉은 날갯짓 사이로 텅 빈 저녁이 흘러가고 있다

 

빛의 흔적에서 돋은 가시 모아

흔들어 불을 피우고 두리번거리는 사람들

문자를 표정으로 상황을 사진으로 변환시키고 있다


혼자이기에

푸른 아침을 하얗게 오려낼 각오로

텅 빈 저녁을 끓이는 어둠 뭉치들

 

어제는 어제를 잊고

오늘은 오늘 잊고 있다

 

 

 

시집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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