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 권순학
정오가 떠난 후
해일이 인다,
달달한 하품을 물고
노곤한 몸을 끌고
거기는 미로,
출구 가물가물하고 담쟁이 몸부림칠 때
동행하는 들풀과
저 멀리 꽃 하나 더 있는
벽과 벽 사이
반집 승부 중인 반상 그곳
백의 생략이
오늘을 점멸시키고 있다
패를 쓴 슬리퍼와 츄리닝 바지
거울에 갇힌
검정 구두의 사활을 주시하는 여기에도
바람이 일 수 있다
볕이 들 수 있다
한 줄기 빛에 걸린
회오리친 지난 삶의 허물들과
꼼지락거리는 내일을 지키는 책상 한구석 가족사진
역전 끝내기,
이번엔 그들 차례다
계간 『시마詩魔』 제17호, 2023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