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 너의 안녕부터 묻는다

고시원

by 오늘@내일 2023. 11. 10.

고시원 / 권순학

 

 

정오가 떠난 후

해일이 인다,

달달한 하품을 물고

노곤한 몸을 끌고

 

거기는 미로,

출구 가물가물하고 담쟁이 몸부림칠 때

동행하는 들풀과

저 멀리 꽃 하나 더 있는

 

벽과 벽 사이

반집 승부 중인 반상 그곳

백의 생략이

오늘을 점멸시키고 있다

 

패를 쓴 슬리퍼와 츄리닝 바지

거울에 갇힌

검정 구두의 사활을 주시하는 여기에도

바람이 일 수 있다

볕이 들 수 있다

 

한 줄기 빛에 걸린

회오리친 지난 삶의 허물들과

꼼지락거리는 내일을 지키는 책상 한구석 가족사진

 

역전 끝내기,

이번엔 그들 차례다

 

 

 

계간 『시마詩魔』 제17호, 2023년 가을호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정  (0) 2024.01.10
  (0) 2023.12.20
인형처럼 웃거나 울지 않아도  (0) 2023.07.20
혼자이기에  (0) 2023.07.04
  (0) 2023.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