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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 너의 안녕부터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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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권순학 새벽녘 나팔꽃에 웅크린 이슬처럼 아련한 첫사랑을 추궁하는 입술처럼 한밤 누군가에게 묻는다 뒤척이는 안녕을 시집 중에서 2023. 7. 4.
빨랫줄 빨랫줄 / 권순학 누가 그었을까, 문도 창도 없는 저 야문 한 줄 허공 위로는 하늘 뿌리 가지런히 자라고 아래로는 거친 낙원 펄럭인다 세월에 꾸벅꾸벅 하면서도 젖은 것들 안는 순간 하늘과 땅 호령하는 그것 뜨거운 한낮은 낮잠 사이로 흘러가고 노을 붉게 필 무렵 피어나는 꼬부랑 또 한 줄 시집 중에서 2023. 7. 4.
종이 접기 종이 접기 / 권순학 종이로 사랑을 빚을 수 있다면 그것도 꼭 하얗지 않아도 된다면 지나치면 안 되지만 누구나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그런 사랑 종이로 접을 수 있다면 쥐거나 놓치면 아파도 품으면 날아갈 것 같은 그런 사랑 놓으면 날아갈 것 같지만 점점 더 뜨겁게 다가오는 그런 사랑 줄 줄 몰라도 받을 수 있거나 받지 못해도 줄 수 있는 그런 거 말고 태양같이 익어가고 별빛처럼 다가오는 그런 사랑 하나 종이로 빚을 수 있다면 시집 중에서 2023. 6. 30.
다 잘 될 것이다 다 잘 될 것이다 / 권순학 이곳을 떠도 다 잘 될 것이다 어딘가에 슬픔을 심고 가겠지만 홀로 자라겠지만 슬픔을 싸기에 좋은 색 있다면 뜨면, 뜰 것이다 어디를 가도 다 잘 될 것이다 구겨지기 쉬운 것 기적 소리라면 타래로 주머니에 넣고 떠날 것이다 풀며 어디라도 갈 것이다 꽁꽁 언 다짐만 있다면 언제 떠나도 다 잘 될 것이다 밤은 너의 슬픔보다 더 늦게 도착할 것이므로 역은 더 늦게 잠들 것이므로 한국시인협회 2022사화집 중에서 2023. 6. 26.
무거움에 대하여 무거움에 대하여 / 권순학 그렇거나 말거나 깨진 그릇이 혼돈이라면 빠지거나 잘못 박힌 못이나 나사 같은 잘못된 기호는 혼돈을 만든다 혼돈이 이어질 때마다 영혼의 무게를 느낀다 혼돈과 흐트러진 질서의 무게 관계 즉, 잘못된 기호의 무게와 크기 마침표 . 의 무게 쉼표 , 물음표 ? 느낌표 ! 크기를 영혼으로 재보고 싶다 의문은 의문을 낳고 커진 혼돈만큼 진통제가 필요하다 집과 나 사이 건너야 할 천 길 낭떠러지 외나무다리 있다면 수축 팽창하는 무서움은 어느 정도나 될까 혼돈으로 질주하는 그 무게와 크기 최대 속도로 영혼의 한계를 밟고 싶다 늘 멀리 있는 진리 찾아 강물을 거스르는 희생 없다면 무엇이 고독이고 거짓인지 모를 일 가벼움조차 시집 중에서 2023. 6. 22.
바람이 묻는다 바람이 묻는다 / 권순학 바람에게도 무늬가 있다 향이 있다 이름만으로 느껴지는 그 멋과 맛 수없이 의심하고 더 많이 돌아서는 습관 아닌 늘 낮은 곳으로 향하는 그녀의 천성 닮았다 얼음 풀린 금강가 멈칫대는, 한 줄기 바람 있다 아주 오래전 고향 떠나왔을 그것 희미하지만 익숙한 맛과 멋 돌아올 기약 없이 떠나는 누군가 묵은 자개장롱 깊숙한 곳에서 꺼낸 친정 같기도 눈물로만 열릴 유언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안녕을 물어오는 그 바람 시집 중에서 2023. 4. 19.